일기, 제 20100311호 일기

2010년 3월 11일, 목요일, 하늘은 맑음, 운동장은 늪바닥

일단 날은 풀릴 것 같다. 그렇게 춥지도 않았고 눈도 거진 다 녹았으니까.
날이 풀려야지 안 그러면 큰일이지. 누가 뭐래도 봄은 따뜻해야 하니까.
학교생활은 언제나 그렇듯이 매일매일이 특징 없이 무난하다. 따로 쓸 만한 일이 없다. 그렇다고 안 쓸 수도 없고
억지로 일기를 쓸 수도 없지만 하루에 한번씩 꼭 쓰기로 했으니 써야지.
그저께 본 진단평가 성적이 예상외로 너무 잘 나와서 놀랐다. 석차가 안 나와서 모르겠지만 반 1등일 확률이 높고 심화반 학생 중에서도 가장 잘 봤다.
엄마한테 전부터 눈여겨봤던 타자기를 사달라고 하고 싶은데 그리 쓸모가 없는 물건이라 엄마가 사줄지 의문이다.
그리고 심화반에 남자애 한명이 더 들어왔다. 한 명이 더 들어왔다는 건 어쨌든 환영할 일이고, 잘 지내 봐야겠다.
자습 때 수학 문제집을 풀어 보려고 그랬는데 뭔 놈의 정수 따위가 이렇게 어려운지 예습과 수업 듣기가 그렇게 중요한지 절실히 깨달았다.
방정식과 함수에 관심이 있는데 그걸 배우기 위해서 정수와 유리수, 사칙 연산, 문자식, 다항식, 등식의 정의와 성질을 전부 꿰고 있어야 방정식을 읽기라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0.3x+1=0.5x', 이걸 읽기 위해서 문자식을 알고 읽을 수 있어야 하고 풀기 위해서 정수와 유리수, 사칙 연산의 정의를 알고, 일차식과 다항식을 읽고 풀 수 있어야 하고 등식의 성질도 알아야 한다.
내 예상에 방정식을 배우는 것은 여름쯤 될 것 같은데 여름이 아직은 까마득하게 멀어 보인다, 그리고 여름이, 여름 방학이 기다려진다.
일차적으로 토요일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 주 토요일은 학교에 나가지도 않는 날인 데다가 학교에 나가더라도 심화반을 안한다는 , 그리고 초등학생 보다 일찍 끝난다는 보장이 있다.
일단 토요일은 황금같은 자유시간, 아침부터 밤까지 13시간이 주어져 있다. 요 1주일간 못했던 낮 시간의 컴퓨터를 실컷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주 죽어라고 컴푸터를 켜 놓을 생각에 벌써부터 머릿속으로 달력의 토요일만 뚫어지게 그리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그나저나 나도 게임을 시작할까 보다. 애들 게임얘기 할 때 동떨어지는 것도 좀 그렇고 PC방에서, 컴퓨터켜고 뭐하냐는 질문에 시원한 답을 하지 못했던 것도 있다.
일단 물망에 올려 놓은 게 싱글플레이도 가능하고 국민게임의 왕좌를 가졌었으며, 저사양, 쓰레기 윈도우 98에서도 돌아가는 유일한 게임, 스타크래프트다.
종족 선택을 해야 하는데 테란이 좋은지, 저그가 좋은지, 프로토스가 좋은지 잘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나란 인간은 컴퓨터로 게암다운 게임을 해본 역사가 없는 희귀종 중의 희귀종이다.
그러니 당연히 무슨 종족이 좋은지 모르는 게 당연하다. 저그는 왠지 싫어서 일찌감치 빼버렸고 프로토스하고 테란 사이에서 갈등 중이다.
뭐, 차차 생각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이렇게 또 한편의 넋두리가 완성되는구나, 근데 점점 길이가 짧아지는 이 기분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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